신앙시

엘리야의 광야에서

호렙산 쪽구름 2012. 3. 25. 00:51

 

 

      엘리야의 광야에서

 

 

무엇 하나 그늘이 되지 못 하고

어디 한 곳 쉴 데 없는

드넓은 광야에서

불타 듯 내려 쬐는 태양 아래서

차마 하늘을 바라보지 못하였소.

 

 

지평선 너머로

엘림의 샘물이 솟아나는 것을

나는 꿈으로도 느끼지 못 하였었소

 

 

이제

이 자리에서

숨이 거두어진다 하더라도

조금도 아까울 게 없다고,

아니,

빨리 그리 되어 지기를 원했는지도 모르오

 

 

빈 들판 마른 가시에 찔리어

흐르다 이내 마를 내 피를

이 광야의 굳어진 땅에 흘리고 싶었소

 

 

어제의 소낙비가

도리어 더욱 목마름이 되어

광야 황량한 어둠 속에 뱉어 버릴 침도 말랐소.

 

 

이젠 어쩔 수 없소

배도 고프고 움직일 기운도 없소

그늘이랄 것도 없는

이 로뎀나무 그늘에 나를 묻고 싶구려.

 

 

당신이 살아 계시다면

같이 하신다면

오셔서 도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