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

고향 길 코스모스

호렙산 쪽구름 2012. 4. 4. 23:03

고향 길 코스모스

 

신작로 가로수 따라

떼 지어 반기던

그 길에는

코스모스가 없다

 

가을이 됐는데도

하늘이 파랗게 열리는데도

들판엔 누렇게 익어 가는데도

열 살 아이 적에

알싸한 냄새 풍기던

코스모스가 없다.

 

바람이 훔쳤나보다.

코스모스가 고향을 훔쳤나보다.

 

어제 만난

그 청년의 휘파람 소리가

내 마음을 지웠나보다.

 

그러기에

노오란 바람을 하얗게 지우고

붉으레 꽃잎도 지웠나보다.

생각도 안 나게---

 

이제

명일동에는 코스모스가 없다

색칠한 꽃병밖에 없다.

 

       2002. 10. 6 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