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

가을 들판에서

호렙산 쪽구름 2013. 5. 9. 11:25

 

   

          가을 들판에서

 

 

 

옥수수는 나 보고 키를 키우란다.

 

누런 호박은 나 보고 둥글게 살라 하고

부추는 나보고 맘을 곧게 가지라 한다.

 

 

하늘은 나보고 높푸르게 살라 하고

땅은 피곤하거든 누우라 한다.

 

 

웃자란 풀 사이로 들깨 꽃이

하얗게 비치는 가을 노랠 부르노라면

 

지난 해 연변 아줌마가 뿌려놓은

고향 닮은 코스모스는 바람 따라 살라 한다.

 

 

나는

아이(손녀)가 좋아하는 빨간 방울토마토를 따서

주머니에 고이 넣으며

맛나게 웃을 그 놈 입새가 보여서

잘 익은 게 더 없는가 두리번거리다가

길 닦는 블도저 푸흐연 먼지를 보고

올해로 농사 끝임을 알아차린다.

 

 

잠자리가 파랗게 날고

메뚜기가 멀리 훌쩍 뛴다.

 

 

                      2012. 9. 23   하남 망월리 110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