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

경 비 (돌장승)

호렙산 쪽구름 2014. 12. 17. 20:45

      경 비 (돌장승)

 

아직은 이른 아침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데

나는 서 있다.

 

덩그라니 사과 궤짝 같은

환히 바라다 보이는 유리 박스 앞에

12월 27일 아침 8시

마포 강변 세찬 바람을 맞으며 서 있다.

 

아 !

저기 돌장승도

밤 새 뺨 맞으며

오도카니 서 있다가는

싸리 빗질에 아침을 부른다.

 

검은 아스팔트 위에 성질 더러운 눈이 내려서

그어놓은 주차선을 덮어 버렸지만

앞서 간 바퀴 자국 따라

오늘은 얼어 붙어도

내일은 녹으리...

 

아니 녹을지라도

봄은 오리라 봄은 오리라.

 

            2012. 12. 27 마포 도화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