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

7월의 바람

호렙산 쪽구름 2012. 3. 18. 01:10

7월의 바람

 

바람이 분다

 

파란 들판 솔깃한 바람에

살아있는 것들은

제 몸 호흡으로 꿈틀대며

일렁이고 산들거린다.

 

또 바람이 분다.

박자 맞춘 노랫가락처럼

살아있는 것들은

파랗고 하얗게

몸 뒤집으며 아우성이다.

 

바람이 분다.

호박잎이 넓은 바다가 되고

고구마 잎새는 산을 이루고

콩잎과 고춧잎은 언덕이 되어

나비랑 잠자리랑 새도 부른다.

 

바람이 간다.

검단산 돌아 팔당에 멱감고

서울 가는 길에 망월동 들판 쉬었다가

밤새 들판 지킨 피곤한 옥수수

지루한 기지개를 보듬고

 

하얗고 노랗게

바람이 간다.

 

               2006. 7. 2 12: 30 망월동 밭에서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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