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 145

새 쑥

새 쑥 청계산이 겨울을 달려와 얼음 녹은 계곡물에 빠졌다. 겨우내 세상먼지 다 품더니 용케도 푸른 솔잎이 제 몸부터 씻어낸다 지난 해 떨어진 낙엽들이 마른 몸을 부수고 또 다시 나무를 오르려 하는데 밟히고 어그러진 돌 틈 사이로 여린 새 쑥이 바람을 움킨다. 오르는 길에 만났던 아이 하나가 용케도 나를 알아보고 히죽 웃는다. 2009. 3. 14 양수리 수양관에서

일반시 2018.04.12

봄 날의 꿈

봄날의 꿈 (부제 : 전주 가는 길) 구부정 언덕길에 늙은이가 서있다. 걸어온 저만치를 되돌아 아스라이 그 때를 바라다본다. 까불대던 고샅에 엿장수 고무신짝이 바쁘고 기찻길 너머 포플러 휘 도는 신작로 길에 세 여인이 손을 흔든다. 엄마, 할매, 고모 아이고! 이 띵깡쟁이 내 새끼야 ! 고운 눈웃음 웃으며 마중 나온다. 나는 아이가 되고 울다가 어제처럼 전주 가는 버스에 오른다. 2010, 3, 23 초고

일반시 2018.04.12

생 일

생 일 맨 날이 같은 날인데도 오늘은 다른 날이란다. 일년 삼백육십오일 중에서 오늘은 특별한 날이란다. 예순 일곱 해 전에 이 세상에 오게 된 날이란다. 낳는 고생은 울 엄마가 했는데 해마다 나보고 축하를 한다. 사느라 고생했다. 살아내느라고 수고했단다. 새 양말을 신으며 좋아하지 않는 미역국을 먹어도 괜스리 기분이 좋은 날이다. 둘러앉은 아내와 자식 손주들의 웃음소리와 까불대는 재롱이 삼삼하고 넉넉하다. 2017. 6. 23 초고

일반시 2018.04.12

우리 형

우리 형 지금은 어디 있을까 그 때 마냥 집으로 가는 길을 서성대고 있을까 ? 지금은 무얼 하고 있을까 그 때 마냥 피식 눈으로만 웃을까 그 때 우리 형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혀 아래 감춘 어떤 비밀이었을까 요리조리 얽혀있는 삶에 시원한 지혜의 묘책을 알려 주고파 오물거렸을까 움직일수록 조여 드는 어찌 할 수도, 어찌 안 할 수 없는 사랑에 지치고 지쳐서 넘어져 있지는 아니할까 그래도, 그래도 지금 우리 형이 이 자리에 있다면 우리의 자랑이 되었을 것을..., 2016. 7. 6 초고

일반시 2017.01.17

학의 승천

학 의 승 천 몇 천날의 바램을 모아 오늘 시월 초 엿세 마침내 난 학이 되었다. 긴 목 드리우고 두리번 거리던 세상 고샅 아스라히 하늘 속으로 날아 오른다. 저 아래 구름처럼 변했을까? 열 여섯 시간을 날아서 만날 사람은 할머니를 닮았을까 고모의 모습일까 꿈에도 오지 않는 사진속의 엄마일까 번쩍이는 바다의 비늘이 날개를 흔든다. 2016. 10. 6 태평양 위에서

일반시 2016.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