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밝은 소년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에
귀 밝은 소년이 놀라고
잔가지 흔드는 소리에
노인은 두근댑니다.
지난 날,
언 땅에 오줌누던 아이는
“나를 따라 오너라”
음성 같은 바람소리를 듣고
멈칫댑니다.
여태껏
저벅 저벅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놀라고
저녁나절 어둔 바람에 흔들리는
웅크린 탱자나무 그림자에 아파합니다.
염려말라 이르시며
담대하라 부탁하셨건만
후들거리는 발걸음이
얼음 우는 소리에 놀라고
턱 턱 거리는 이빨 떨림에
산 꿩 마냥 화들짝 놀라 솟구칩니다.
땡그렁 땡 땡그렁
예배당 종소리를 듣고야
잠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