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가 은행잎
감나무가 있는
우물로 물 길러 나왔더니
두레박에 어젯밤 노란 비가
흥건히도 고여 있네
고샅 은행나무가지 외로워라
처마 아래 토방에 흰 고무신
마당 닮아 노란 것이
아마도 엊저녁부터
흙바람이 불었나 보오
바람이 불었나 보오
노란 황톳잎 마다마다
다섯 손 펴서 살랑 털어 보구려.
아침에 손님이 오시려나
이쁜 새 각시가 오시려나
그러기에
서둘러 두레박 줄 당기시구랴 !
여보시오 !
말소리를 줄이시구려.
이파리도 없는 감나무
까마귀조차 날아 갈까나
홍시 감 떨어질라
2003.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