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일연가
당신과 나
지나간 날
그 어디 쯤에
우리는 윗말에 살았던 적이 있었습지요.
미사리의 뱃노래가 들리고
팔당호 인어들의 버들가지 흔드는 소리도 들었지요
여름 날
새벽 이슬 자글대는 길 섶에 쭈그려
금송아 꽃들의 속삭이는 사랑 이야기에 취하고
페츄니아 슬픈 이별에 울기도 했지요
천년이 숨은 동산에 구름 피어 오르면
우리는 그을린 얼굴 서로 좋아라 웃었지요
게내골 찬 우물 빈 터에
헛 발 질하고 넘어 지는게 좋아서
져서 더 좋은 공차기도 했었지요.
그 때.
당신과 나는
윗 마을에 있었지요
오늘 같이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뛰놀던 운동장이 어른댑니다.
가끔씩 가끔씩
창 넘어 당신과 내가 보입니다
1992.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