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암 가는 길
자전거가 지나는 낡은 다리 아래로
고운 모래 하얗게 품은
하늘 빛 닮은 시냇물이
노래 붉은 단풍나무
검게도 푸른 솔 사이로
갈참나무 마른 잎을 모아
언덕 비켜 흘러간다.
산과 내
논과 밭을 휘어 돌아서
고향 가는 꿈길 마냥
굽어진 신작로를 달려가다가
눈 익은 여인네를 만나고
세상 떠난 고모를 닮아
손을 흔든다.
기운 해가 흘리는 저녁볕에
하늘은 붉은 물이 들고
저 멀찌감치 파란 기와집 굴뚝 하얀 연기는
산 노을을 길게도 당기나보다.
고개 넘어 밤 세울 쉼터에 다다르면
그대와 나의 창문을 열고
무화과나무 아래 나다나엘을 맞이하세
호박 불 환하게 켜진 가을밤이 아쉽지 아니한가.
벗이여 !
따뜻한 찻잔에 국화잎을 띄워주시게.
2006. 10. 20 백암온천 가는 도로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