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

상일연가

호렙산 쪽구름 2012. 5. 24. 10:58

 

        상일연가

 

당신과 나

지나간 날

그 어디 쯤에

우리는 윗말에 살았던 적이 있었습지요.

 

 

미사리의 뱃노래가 들리고

팔당호 인어들의 버들가지 흔드는 소리도 들렸지요

 

 

올림픽이 열리던 그 해 여름 날

새벽 이슬 자글대는 길 섶에 쭈그려

금송화 꽃들의 속삭이는 사랑 이야기에 취하고

페츄니아 슬픈 이별에 울기도 했지요

 

 

천년이 숨은 동산에 구름 피어 오르면

우리는 그을린 얼굴 서로 좋아라 웃었지요

 

 

게내골 찬 우물 빈 터에

헛 발 질하고 넘어 지는게 좋아서

져서 더 좋은 공차기도 했었지요.

 

 

그 때.

당신과 나는

윗 마을에 있었지요

 

 

지금은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뛰놀던 운동장이 어른댑니다.

 

 

가끔씩 가끔씩

창 넘어 당신과 내가 보입니다

 

 

          1992.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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