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십자가

호렙산 쪽구름 2012. 6. 20. 19:33

       십자가

 

큰 네거리에

반듯한 시계탑이 있었다.

 

쉼 없이 달리는

시계침의 수고로운 달림에 기대어

해도 뜨고 달도 사그러 들었다.

 

바람이 불 때도

눈비가 올 때도

시간을 실어 나르며 옮기는 입김에

진달래가 피고

코스모스가 날리며

잠자는 아이를

번갈아 불러내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시계탑 아래

못 보던 십자가가 세워지고

한 사람을 팔 벌리고 못 박았다

 

쿵 - 쿵 ! 똑 - 딱 !

망치소리와 시계소리

오늘도 들려 온다. 오늘도,

 

        2004. 2. 26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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