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큰 네거리에
반듯한 시계탑이 있었다.
쉼 없이 달리는
시계침의 수고로운 달림에 기대어
해도 뜨고 달도 사그러 들었다.
바람이 불 때도
눈비가 올 때도
시간을 실어 나르며 옮기는 입김에
진달래가 피고
코스모스가 날리며
잠자는 아이를
번갈아 불러내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시계탑 아래
못 보던 십자가가 세워지고
한 사람을 팔 벌리고 못 박았다
쿵 - 쿵 ! 똑 - 딱 !
망치소리와 시계소리
오늘도 들려 온다. 오늘도,
2004. 2. 26 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