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떠나게 하소서
나를 가을에 떠나게 하소서
시월도 다 지난 그믐에
그 날에는 떠나게 하소서
해거름 저녁나절에
흐이뿌연 어스름 운무 속으로
갈피모르는 바람이라도 불어와
은행 잎 새 노랗게
떨어지는 낙엽이 된다손
저 아차산 기슭
찾는 이 없는 돌 틈새로 끼어들(지)게 하시고
굽어지는 오솔길에 바스러져
이름 없는 계곡으로 흘러 내려도
그 곳에서
당신이 날 기다리심을 아오니
두려움 없이
그 날은 떠나게 하소서.
시월에는 새 하늘을 바라보게 하소서.
1998. 10. 12 퇴직을 생각하며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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