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에는 그 날에는 그 날에는 저 계단을 딛고 올라가리라 그 날에 하얀 눈이라도 내리면 뽀드득 뽀드득 밟으며 깡총 깡총, 껑충 껑충 한 걸음은 울고 한 걸음은 웃으며 올라가리라. 아래 계단을 무릎으로 쓸고 윗 계단엔 눈물로 씻으며 세 걸음을 한 계단으로 신발을 들고 오르리라. 우리 위해 붉.. 일반시 2012.04.04
무 제 (광나루) 무 제 (광나루) 하늘이 물속에 푸르게 누웠다. 하얀 구름이 거꾸로 잠겨있는 광나루(호수)위로 바람의 나이인가, 수없는 물결(주름)이 일고 흔들대는 물 비늘의 반짝거림이 부서진 햇살의 조각인양 바라보는 내 눈이 부시고 아프다. 광나루 ! 버드나무에 기대어 걸어온 길 돌아보며, 갈 길.. 일반시 2012.04.04
광 진 풍 경 광 진 풍 경 (광나루 버드나무) 하늘이 물속에 푸르게 누웠다. 하얀 구름이 거꾸로 잠겨있는 광나루 강물위로 바람의 나이인가, 수없는 물결이 일고 부서진 햇살조각인양 물비늘이 반짝거린다. 광나루, 나른한 버드나무에서 떨어진 세월 닮은 버들수염 바람 따라 오고 가다가 물안개 자욱.. 일반시 2012.04.04
고향 길 코스모스 고향 길 코스모스 신작로 가로수 따라 떼 지어 반기던 그 길에는 코스모스가 없다 가을이 됐는데도 하늘이 파랗게 열리는데도 들판엔 누렇게 익어 가는데도 열 살 아이 적에 알싸한 냄새 풍기던 코스모스가 없다. 바람이 훔쳤나보다. 코스모스가 고향을 훔쳤나보다. 어제 만난 그 청년의 .. 일반시 2012.04.04
고향 가는 길 고향 가는 길 산과 내 논과 밭을 휘어 돌아서 굽어진 신작로를 달려가다가 차창으로 밀려드는 시린 기억이 눈을 감고도 나는 안 다네. 저 멀찌감치 파란 기와집 굴뚝 연기가 내 고향 감나무에 걸려서 길게도 너울대는 이 길이 고향 가는 길이라는 것을. 기운 해가 흘리는 저녁볕은 하늘을 .. 일반시 2012.04.04
姑 母 (울 옴마) 姑 母 (울 옴마) 울 옴마가 죽었읍니다. 춥던 겨울날 솜이불 끌어당겨 손잡아 주시던 고모가 가셨읍니다. 내 가슴에는 늘 고모를 만나고 있습니다 삼십년이 지났습니다만 아까같이 떠오릅니다. 장대 빗속으로 찾아간 그 날 밤은요, 비가 내리는 자정도 넘은 깊은 밤이었었지요. 배고파 울.. 일반시 2012.04.04
여기가 서울인데도 故 鄕 滿 州 여기가 서울인데도 나는 뿌연 성애 낀 유리창 넘어로 만주를 본다. 흐트러진 말발굽소리에 흙먼지 어지러운 황량한 벌판에 한 그루 소나무가 그대로 서 있고..., 12월 하얀 눈에 한강이 압록강이 되고 두만강이 되며 송화강이 된다 우랄 산맥 따라 시베리아, 바이칼을 지나온 .. 일반시 2012.04.04
姑 母(붉은 고구마) 姑 母(붉은 고구마) 고모 ! 우리 고모가 가셨습니다. 당신 생전에 땀으로 (갈궈)다져 오신 북일면 붉은 황톳길(밭으로)로 우리 고모 김 종례 여인은 갔습니다. 내 눈에 눈물을 남기고 갔습니다. 옴마 같이, 할매 처럼 가셨습니다. 당신 닮은 수제비국 넘치게 먹여주시던 고모, 삶은 고구마 .. 일반시 2012.04.04
고모상 姑 母 喪 우리 고모가 간다. 일흔 여섯해전 태어나 오십여년을 사신 서그매땅 돌아서 빨간 황톳길, 외롬과 주림의 황토밭으로 우리 고모가 간다. 백년해로 약속하고도 십년 조금 더 살다가 마흔 여섯 해 전, 솜리 역 폭격 때 먼저 가신 서방님 찾아 영딩이 선영 땅에 묻혔다. 멀리 미륵산 꼭대기 반듯 재어서 감은 눈에도 하늘 보이게 동으로 누웠다. 고모 ! 울 아버지 누님 ! 내 눈물 닦아주시던 나무 등껄 같던 손, 꽁 - 꽁 묶어서 한숨과 같이, 아픔과 함께, 눈물 섞어 묻었다. 엄마같이 묻었다. 96. 7. 2 익산시 영동 장지에서 초고 일반시 2012.03.27
거짓말 거짓말 미움은 사랑의 그림자입니다. 사랑은 미움의 거울입니다. 내가 당신을 죽도록 미워한 것도 그것도 사랑이었나 보오 소망은 절망의 강 건너에 있고 능력은 염려의 언덕을 넘어야 있다고 수 없이 되 뇌이며 웃으려 하지만 기쁨은 울음의 창틀에 돌쩌귀 같은 것을 너를 향한 나도 알 .. 일반시 2012.03.27